이번 여행이 고양이여행이라고 지난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번 대만여행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이곳 허우통이었음.

고양이가 살린 마을, 허우통.

옛날에는 탄광산업이 활성화되었던 곳이지만 점차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마을이 쇠락했는데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받아들인 길고양이들이 모여들면서 고양이의 마을로 입소문이 났단다.

 1년 전쯤 이곳의 존재를 처음 안 뒤로부터 줄곧 꼭 와보고 싶었다.

 

출발지인 루이팡 역, 그 다음 역이 바로 허우통이었는데

날이 밝을 때 스펀을 찍고 허우통에서 오래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일부러 더 먼 스펀역을 먼저 찍고 허우통으로 돌아왔다.

비는 여전히 주룩주룩 잘도 퍼붓고 있고 ㅎㅎ...

 

드디어 허우통 역에 도착!

 플랫폼에서 역사로 들어가는 길목에도 저렇게 고양이 장식을 놓아두었다.

장식들이 다들 귀여워.

그리고 역사에 들어가니 바닥에 고양이 서너마리가 뒹굴고 있었다. 하악..

역사 벤치엔 여자 둘이 각자 무릎에 고양이를 한마리씩 얹고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었다 ㅋㅋㅋ

얘기하는걸 보니 둘이 같이 여행온 한국인 처자들 같았는데..

 

 바닥을 뒹굴던 노랑둥이 한마리가 벌떡 일어나더니 나에게 총총 돌진해왔다.

...기차 안에서 먹다가 먹다가 다 못먹고 남긴 오징어튀김에 반응한듯.

고양이가 오징어를 먹으면 소화불량에 걸릴 수 있으므로 꽁꽁 묶어 가방에 넣어버렸다. 안돼 요놈아.

 

...오징어튀김을 숨기고 났더니 뚱한 표정으로 쳐다봄.

 

 플랫폼에서 역사로 들어오는 입구.

역사 안에 고양이를 위한 보금자리가 곳곳에 준비되어 있다.

입맛대로 고르라고 본격적인 고양이집에서부터 골판지 박스까지.

 

 심지어 캣타워도 있다.

동굴 한에 한마리씩 자리잡고 숙면중.

 

역사 내부에 걸려있던 허우통 마을 고양이지도. 귀여워.

 

 역사 밖으로 나가니 고양이 마스코트 상이 있었는데

고 옆에 마스코트와 꼭 닮은 젖소무늬 고양이가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가까이 가려고 했더니 하악-하며 경계하길래 얼른 비켜주었다.

 

 마을 곳곳에도 고양이들이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마련되어 있다.

 

 

마을이 탄광촌일 때 사용했던 건물. 불이 났는지 어쩐지 거의 무너져있지만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허우통역 전경.

간판 안 붙어 있으면 역인지도 잘 모르겠다.

 

 

 지붕 위에 커다란 고양이가 앉아있길래 신기해서 일부러 찾아가 본 곳.

고양이 팬시를 파는 가게인것 같았는데 안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마을 분위기와는 안어울리는 기하학적인 모양의 애벌레(?)는

기찻길 위로 넘어다닐 수 있는 통로.

역사와 윗동네를 연결하고 있다.

 

내부는 이렇게 생겼음.

 

 

곳곳에 나무 벤치가 있고 귀여운 고양이 장식품들도 놓여져있다.

 

통로를 지나가다 한 곳에 고양이 세마리가 오도카니 식빵굽고 앉아있길래

녀석들 구경하려고 나도 슬그머니 맞은편에 앉았더니

그중 한마리가 발딱 일어나더니 총총총 뛰어와서는 냅다 내 무릎 위로 기어올라왔다. 

 

 30분이 지나도록 안일어나신다 ㅋ......

저대로 슬쩍슬쩍 졸다 깨다 하더니 제 친구들 지나가는걸 보고 일어나서 뒤쫓아간다.

약 40분만에 통로에서 탈출.

 

비바람 들이치는 통로에서 고양이 방석 노릇 하느라 내내 앉아있었더니 춥기도 하고

화장실에 가고싶어서 허우통 역 화장실에 들어갔다.

화장실에도 온통 고양이 천지다 ㅋㅋㅋ

좋은 화장실이야 ㅠㅠ

 

 

 우산 세워놓고 손 씻고 났더니 어느새 쫓아와서 우산 옆에 자리잡으신 아까 그 고양이님.

 

 마을에는 고양이도 많지만 개도 많다. 특히 저렇게 덩치 큰 개들이 많은듯.

할아버지가 개들 밥을 챙겨주고 계셨다.

고양이마을이라고 해서 상대적으로 개들이 홀대받지는 않는것 같다.

 

역사 내부 매점에서 키우는 고양이 세 마리중 하나.

영업중일 때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영업이 끝나면 매점 옆 공간에 길게 줄을 달아 매어놓는다.

잠잘 공간이며 화장실, 밥그릇 물그릇도 준비되어 있다.

 우리 유키 닮아서 한컷.

 

사실 이 매점에서 허우통 기념품들을 많이 팔고 있었는데

고양이들이랑 놀다와서 보니까 이미 문을 닫아서 ㅠㅠㅠㅠ

작은 동네라 그런지 다들 일찌감치 문을 닫는다 ㅠㅠㅠㅠ

아쉬워하다가 정신차리고 아직 문이 열려있던 가게를 찾아다녀서 허우통을 기념할만한 것을 샀다.

 

 

고양이 모양 펑리수.

아까워서 못 먹을지도.....

 

 

한참 고양이들과 놀다 보니 어느덧 오후 여섯시가 가까워졌는데 사방은 이미 깜깜하다.

아쉽지만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

플랫폼으로 다시 내려가는데 요 잔망스런 녀석들이 플랫폼까지 배웅을 나온다.

 

 

 열차 탈 때까지 지켜봐주려나. 상냥한 녀석들 같으니.

 

 

 

고양이의 마을, 광부의 마을, 원숭이의 마을.

'허우통'이라는 마을 이름은 사실 '원숭이 동굴'이라는 뜻이란다.

옛날엔 원숭이가 많이 살았었나 보다.

 

그런데 분명히 6시 10분에 루이팡 역으로 돌아가는 열차가 있다고 역무원한테 듣고 내려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열차가 오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서 열차가 몇대 들어오긴 하는데 아까 탔던 핑시선 열차가 아닌 일반 열차가 들어온다.

내가 타야 할 기차가 아닌 것 같아서 계속 열차를 보내다

플랫폼에 근무중인 역무원에게 다시 물어보니 그냥 타고 가도 된다고,

30분 뒤에 오는 열차를 타라고 한다.

깜깜한 역에서 오지않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노라니

1Q84에서 덴고가 읽던 고양이 마을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야기에서처럼 열차가 오지 않는 것은 아닐까. 문득 무서워졌지만

다행히 시간에 맞추어 열차가 도착했다.

기차를 타고 다시 타이페이역으로 되돌아와 MRT를 타고 숙소로.

 

 

숙소인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작은 공원.

아기자기하게 예쁘게 잘 꾸며놓았다.

 

공원 한켠에 장식해놓은 연등. 귀엽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새벽 6시반에 뜨므로 사실상 대만에서의 마지막 일정이었음.

또 맥주를 사서 숙소로 들어가 가방에 싸온 남은 대왕오징어튀김과 함께 흡수하고

방 안에 TV가 없는 관계로 김연아의 소치올림픽 쇼트프로그램을 보겠다고 노트10.1과 씨름하다가 ㅠ

결국 생방송으로 보는건 포기하고 결과가 나올때 쯔음 알람 맞춰놓고 기절했다가

알람 울릴때 깨어나 인터넷으로 결과만 확인하고 흡족해하며 다시 기절함..

 

그리고 새벽 5시부터 다니는 타오위엔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기 위해 4시반에 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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