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18:여행2일차-오후] 용산사-용캉지에-사대야시장-숙소
시먼딩에서 용산사는 MRT로 한정거장 거리라
애초 계획은 시먼딩을 둘러보고 용산사까지 걸어갈 예정이었지만
비가 점점 많이 오고있어서 그냥 MRT를 타고 이동하기로 함.
래핑MRT ㅋㅋㅋ 무슨 캐릭터일까.
MRT 타고 용산사 도착.
역에서 나오면 바로 정면에서 보인다.
비가 엄청 많이 내리고 있었는데
절에 걸어놓은 노란 연등이 우중충한 날씨를 화사해보이게 하는듯.
그런데 생각보다 그리 큰 절이 아니어서 조금 놀랐다.
입구로 들어가는데 어디서 야옹~야옹~ 소리가 들려서
귀를 한껏 세우고 소리의 진원지를 찾았는데
절 외벽 안쪽이 화단으로 되어 있었다.
화단 안에서 이녀석을 만났음.
갈색 얼룩 털옷을 입은 날씬하고 예쁜 고양이.
화단에서 야옹야옹 울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경계의 눈빛을 보냄.
시간을 봤는데 한국이었으면 우리집 똥고양이들이 밥을 찾을 시간이었음.
뭐라도 줄까 하고 다시 절을 나와서 근처 세븐일레븐을 들어감.
한국에서 길고양이 만났을때 소세지나 참치캔 기름 빼서 줬던걸 생각하고
눈에 불을 켜고 소세지와 참치캔을 찾았는데 없어...
소세지는 그렇다 치고 설마 사람 먹는 캔참치도 없을까 하고 다시 한번 샅샅이 찾는데 진짜 없음
아니 이놈의 동네는 참치도 안먹나 궁시렁거리면서 두리번거리는데
한쪽 구석에 멍멍이 간식캔과 고양이 간식캔이 있음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먹는 생선통조림은 없어도 고양이 먹을 생선통조림을 팔다니 이 나라는 좋은 나라닼ㅋㅋㅋㅋㅋㅋ
얼른 사서 다시 절 안으로 들어감.
아직 어디 안 가고 화단에서 기다리고 있길래
캔을 따서 화단에 탁탁 부어주었다.
경계는 하지만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아르릉 하더니
슬금슬금 와서 챱챱챱 드셔주심ㅋㅋㅋ
찍다보니 똑같이 생긴 다른 녀석이 와서 같이 머금ㅋㅋㅋㅋㅋㅋ
형제고양이인듯.
얘들 말고 다른 흰고양이가 뒤늦게 냄새맡고 나타났었는데
얘들이 아르릉아르릉거리면서 쫓아냈음ㅋㅋㅋ큐ㅠㅠ
현실은 냉혹한거야 ㅠㅠ
맛있게 먹고 만족스럽게 그루밍하는것까지 지켜보다가 용산사 구경하러..
절 규모가 그리 크진 않다. 하긴 시내 한복판에 있는 절인데 이정도면 크다고 해야하나.
그래도 전체적으로 봤을땐 배치가 오밀조밀하다.
관광객도 많이 오지만 참배하러 오는 대만 사람들도 많아서 비가오는데도 상당히 북적였다.
향도 피워보고 기원도 해보고 점치는 나무토막도 던져보고 싶었는데
하나도 못했어 ㅋㅋㅋㅋ큐ㅠㅠ
꽃보다 할배 대만편에서 근형할배가 감동하며 사진을 찍었던 불경 보시는 할머니.
내가 갔을 때도 그 자리 그대로 계속 불경을 읽고 계시더라.
이분에게는 매일같이 되풀이되는 일상이겠지. 비가오든 눈이오든..
연등회 때나 보던 모형들이 절 앞뜰에 전시되어 있고
그 뒤로 길게 줄을 서 있길래 지켜봤다.
저 동그란 연등 아래 서서 기도를 하는 모양.
내 개인의 종교와 무관하게, 나와 다른 신을 섬기는 곳이라도
이렇게 신을 만나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오는 장소에 가면
나도 마음이 저절로 경건해진다.
그 입술이 부르는 이름은 달라도
마음이 부르는 이름은 모두 같을 테니.
용산사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절 입구에 세워진 가로수 밑에
누군가 비둘기들 먹으라고 저렇게 곡식을 한웅큼 뿌려 두었다.
길가의 새들도 저렇게 거둬 먹이는 마음이 불심인지 측은지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손길에 복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잠깐 생각했다.
비가 계속 오길래 용산사까지만 보고 그만 숙소로 돌아갈까 했었는데
구경하는 동안 빗발이 조금 잦아들었길래
계획했던 대로 다음 코스인 용캉지에까지 가기로 하고 다시 MRT로.
MRT역 벽에 붙어있던 광고.
뭔가 동물보호와 관련이 있어보인다(고 추측중. 한자 전혀 몰라...)
그 옆에 붙어있는 광견병 주의 광고.
대만에서는 광견병이 이정도로 심각한가보다...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너구리와 족제빗과 야생동물들이 저렇게 많구나..싶어서 부러워서 찍어봄<
MRT 타고 똥먼역에서 하차하면 용캉지에가 나온다.
가이드북에서는 한국의 삼청동 같은 곳이라고 소개했는데
크지 않은 골목길이지만 고즈넉하고 예쁜 곳이라고 해서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딘타이펑 본점이 있는 곳이기도 했고.
여행 전에 령이님이 딘타이펑 갈거면 본점으로 가보라고 하셔서
여행 중 본점이든 어디든 딘타이펑을 한번 가볼 생각이긴 했는데
여기 딘타이펑 본점은 때를 잘못 맞추면 입구부터 줄이 어마어마하게 늘어서는 곳이라
(딱히 본점이 아니어도 대부분 그렇다는 모양이지만.)
역에서 내리면서 '대기인원이 10명이 넘으면 포기해야지' 마음먹고 나갔는데
웬걸 ㅋㅋㅋㅋ비오는 날씨 덕인지 대기인원이 한명밖에 없닼ㅋㅋㅋ
여기서 밥 먹고 거리 구경하러 가기로 결정!
항상 대기자가 늘어서있는 곳 답게 미리 주문할 수 있도록 외벽에 메뉴판과 가격표를 붙여놓았다.
분명 내가 도착했을땐 대기자가 한명 뿐이었는데 갑자기 내 뒤로 단체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ㄷㄷㄷ
대표메뉴인 소룡포와 새우볶음밥을 먹기로 마음먹었는데 막상 혼자 들어가려니 뻘쭘해서
접수대 언니한테 One person OK? 라고 말도안되는 영어로 말을 걸었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하곤 놀랍게도 서툰 한국말로 설명을 시작한다 ㅋㅋㅋㅋㅋㅋㅋ
나 한쿡인이라고 한마디도 안햇서...언니 놀라워...
메뉴 골랐냐고 물어보길래 주문표 보여줬더니
한명이 먹기엔 많다며 친절하게도 주문양을 줄여주었다.
내가 고른 주문표.
오른쪽 위에 소룡포에 0.5라고 적어주고 볶음밥도 작은 것으로 표시해 주었다.
가격도 절반으로 떨어진다고 설명까지.
딘타이펑이 이렇게 유명한건 음식의 맛도 맛이지만 이런 서비스도 크게 한몫 하는듯.
잠시 뒤에 날 막 찾더니 혹시 합석을 해도 괜찮겠냐고 묻기에
어차피 혼자 먹는거 괜찮다고하니 7~8인이 앉을만한 큰 테이블로 안내해준다.
잠시 뒤에 여자 두명이 같은 자리로 안내되고
또 그 다음에 남녀 커플이 안내되었다.
큰 테이블에 세팀이 합석.
여자 두명 일행은 일본인이었고 남녀 커플은 대만인들이었는데
서버 한명이 다가오더니 물수건과 생강채와 차를 서빙해주며 팀마다 그나라 말로 말을 걸었닼ㅋㅋㅋ
나한테 한국말 일본팀에 일본어 대만팀에 중국어...
물론 한국말과 일본말은 억양에서 티가 났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야..
각 나라 말로 소룡포 먹는 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테이블에 놓인 안내표지에도 각 언어로 적혀있는 내용이었지만
굳이 직접 설명해주니 새삼 더 친절이 느껴진다고 할까.
내가 시킨 새우볶음밥(소)와 소룡포 0.5인분 ㅋㅋㅋ
소룡포를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강채와 소룡포를 통째로 입안에 넣고 입안에서 터뜨려 먹는거라며..
고양이혀인 나지만 여기까지 와서 먹는건데 제일 맛있게 먹어야지..
뜨겁긴 해도 뫄이쪙!
볶음밥도 고슬고슬하긴 했지만 적당히 촉촉해서 맛있었음!
양을 줄여준 덕분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고 딱 맞게 먹었다 ^^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용캉지에 구경 ㄱㄱ
나무가 많아서 그런지 비오는 날씨와 어울려서 싱그러웠다
한산한 거리와 어울려서 분위기 좋고~
용캉지에를 조금 걷다보면 중간에 나오는 공원.
대만에는 이런 공원이 많다. 부러워.
나무도 엄청 크고 무성해서 하늘이 안보일 정도다.
용캉지에 거리에 있던 애견/애묘용품 판매점.
사진의 고양이가 기여웡.
비가 내려 더 운치있는 용캉지에의 골목길.
한참 산책하듯 지나다니다 다리쉼도 할겸 단테커피에 들어가 망고스무디를 시켰다.
아무래도 망고빙수를 먹으러 일부러 찾아다니기가 쉽지 않을것 같아서..
야외테라스로 나가서 망고스무디를 마시며 길거리를 구경했다.
야외테라스 바로 앞에 저렇게 화단? 같은곳이 있어서
더 운치있었다.
바람에 실려서 나무냄새도 나고.
스무디를 마시고 다시 걷다가 왓슨스가 있길래 들어가서 휴족시간을 샀다.
밤에 잘때 붙이고 자려고 ㅎㅎ...
내가 피곤하면 잘때 코골고 이갈기 2단콤보를 시전하기 때문에 일부러 독방을 잡았는데
이 여행이 분명히 피곤할 거라고 단정짓는 이유는
내가 한번 걷기 시작하면 누가 말려주지 않는 한 거의 쉬지않고 걷기 때문이다...
서서 일하는게 익숙해진 탓인지 오래 걷거나 해도 아 좀 앉아서 쉬어야지<하는 자각을 잘 못한다.
동행이 있으면 적당한 때에 앉아서 쉬도록 잡아주는데
혼자 온 여행이니 잡아줄 사람이 있을리가 ㅋ....
다음날도 분명 엄청 걸을게 분명하므로 발의 피로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휴족시간을 구매.
용캉지에를 구경하는 동안 비가 거의 그쳐가길래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사대야시장까지 걸어가기로.
지도상으로는 쭉 내려가면 도착할 수 있었지만 MRT로 가려면 노선이 다르기 때문에 환승을 해야한다
갈아타기 귀찮기도 하고. 걸어갈 만 해보여서 그냥 걷기로 했는데 ㅋㅋㅋ
이게 웬...걸어도 걸어도 일반 주택가 골목만 이어져...
지도에 나온 길 이름과 도로 표지판을 매칭시키면서 걸어가는데도
분명 지도상으론 맞는데 길은 점점 좁아진다 ㅋㅋㅋㅋ
날도 점점 어두워지고.
한참 걸어가는데 아예 주택가에서 막다른길을 만났다.
에이 그냥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가야겠다 싶어서 다시 돌아나와 갈림길에 섰는데
한쪽은 주택가로 더 깊이 들어가는 골목이고 반대쪽은 그래도 사람이 지나다니는 큰길인것 같아서
큰길로 나가서 MRT역을 찾아야지 하고 그쪽으로 나갔는데
거기가 사대야시장이었음. ㅋ?
이름대로 사범대학 옆 골목에 자리한 작은 규모의 야시장인데 먹거리 반 옷가게 반인듯.
대학생들이 주로 다니다보니 옷가게가 많았다
액세서리 파는 곳들도 많았고.
중간중간 보이는 작은 골목에도 가게들이 다닥다닥 모여있었다.
아이쇼핑 하면서 슬렁슬렁 돌아댕김.
사대야시장 옷가게 입구에 서있던 웰시코기 아가 ///ㅂ///
하악 긔요밍 ㅠㅠㅠㅠ
사대야시장까지 구경하고 슬슬 다리가 아프기 시작한것 같아 숙소로 돌아가기로.
타이완 폭주족 정기모임중 (뻥)
이 나라 사람들은 오토바이 스쿠터를 정말 많이들 타고 다닌다.
저렇게 신호대기 받고 우르르 모여있다가 신호 바뀌면 일제히 튀어나가는데 장관임 ㅋㅋ
MRT역으로 돌아나가는 길에 만난 국립 타이완 사범대학교 정문. 오오.
문이 활짝 열려있어서 기웃기웃 건물 구경 잠깐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가 코인빨래방에서 빨래 하고 맥주랑 안주 사서 다시 들어옴.
내가 묵은 한인민박 '타이완하우스' 쟈스민룸.
3인실이기 때문에 저렇게 침대가 두개 있다.
방은 참 깨끗하지만 습도가 높아서 ㅠㅠ 옷을 행거에 걸어놨더니 같이 습기먹었어 ㅠㅠ
그거 말고는 완전 좋은 방이었음!
습기때문에 창문을 열어두어야 했는데 원래 춥게 자는 나한테도 한기가 느껴질만큼
밤 기온이 뚝 떨어져서 밤에 돌아오면 방안이 썰렁했지만
전기장판도 깔아주셔서 뜨끈하게 푹 잘 수 있었음 ^^
등은 뜨겁게 방 안 공기는 차게..매우 이상적인 잠자리다 후후
화장대와 행거, 화장실과 욕실
샤워를 하고 나면 습기를 말리기 위해 환기를 시켜야 했지만
아주 깨끗하고 좋았음!
돌아와서 개운하게 씻고 맥주한잔 하고
휴족시간을 발바닥과 종아리에 덕지덕지 붙이고 취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