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Taipei & Tokyo Travel

[2014.2.20-21:여행4-5일차] 타이페이-김해-도쿄(우에노-야네센)1

구름속물고기 2014. 4. 15. 01:30

 

포스팅을 위해 사진을 쭉 열었다가

여행 4일차에 찍은 사진이 달랑 네장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당황했다<

하루종일 이동만 한 날이라 ㅠㅠ

 

새벽 첫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숙소 스탭들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한 채 짤막하게 메모만 남겨놓고

조용히 짐을 끌고 밖으로 나옴.

저주의(?) 노란 팬더 우산은 장우산이었기 때문에 숙소에 기증함 ㅋ....

아무도 없는 밤거리를 트렁크 달달달 끌어가며 걸어서 리무진 정류장으로.

공항버스를 탈 수 있는 150원짜리 티켓.

 

 

 

 

 

 텅빈 타이페이의 새벽 도로.

안녕. 다음에 또 보자.

 

그렇게 버스를 타고 새벽길을 달려 공항에 도착한 후

출국절차 끝내고 기념품 가게를 구경하다

비행기의 마지막 탑승객이 되어 김해공항에 아침 9시 반에 도착.

일본행 비행기는 오후 1시에 출발 예정이라 남은 시간동안 대합실에서 꿈적꿈적 가방을 정리함...

대만에서 산 선물과 더 이상 볼 일 없는 대만 가이드북 등 당분간 쓸 일 없는 것들을

김해공항 우체국에 가서 집으로 부쳐버리고

온통 퀸연아 도배중인 TV 뉴스를 멍때리고 보다가

기내식이 나올테니 점심은 생략할까 하고 탑승수속 시작할 시간에 맞춰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일본항공 직원들이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더니만 줄서있는 사람들 중 나를 찍어서 부름.

혼자 타느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좌석 양도 가능하냐고...

내가 타야 할 비행기가 오버부킹되었던 모양임.

오후 4시에 떠나는 대한항공으로 바꿔줄 수 없겠느냐고 하길래

혼자 있으니 곤란하지도 않고 일정이 정해진 상황도 아닌지라 쾌히 바꿔 주었음.

좌석 양도 보상금 200불 받고. ㅋ

 

다시 시간이 남아버려서 아예 점심을 먹고 커피숍에서 노닥거리다 4시 대한항공을 탔는데

물론 도착시간이 늦어져 버려 시간 활용은 애매했지만

저물어가는 새빨간 해가 그렇게 순식간에 지평선 너머로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알았고

해가 떨어지는 순간 어둑하던 일본 땅에 하나둘 불빛이 반짝이며 켜지기 시작하는 순간을

하늘 위에서 한눈에 지켜볼 수 있어서 충분히 좋았다.

 

대만행을 결정짓고 여행루트를 짜다가 일본행을 우발적으로 저질렀는데(!)

1년에 한번 돌아오는 8일 휴가를 받아 기껏 해외로 나가자 마음먹었건만

해외여행에 휴가의 절반만을 쓰기가 급 아까워졌기 때문이었다.

대만 갔다 와도 4일이 남는데 또 어디 가볼만한 데가 있을까 찾다가 일본에 눈길이 머물고

마침 복지카드에 도쿄 왕복 비행기 티켓을 끊을만한 포인트가 남아있길래 에라 하고 질러버렸다<

그리고 결제와 함께 이메일로 날아온 도쿄행 비행기 바우처를 바라보며 내가 지금 뭔짓을 했나 멍...

(결제 당시 새벽 2시)

덜컥 비행기는 끊어놓고, 막상 일본에 가서 뭘 해야 할지 생각하려니 답이 안나와서

밤늦었으니 일단 자고 생각하자 싶어서 꾸역꾸역 침대에 기어들어가서야

반짝, 할 일이 생각났다.

도쿄에도 고양이 보러 가면 되지 뭐<

 

그러니까 이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양이여행이래두.

 

이번에도 도쿄 시내와 가까운 하네다공항이 아닌, 저 멀리 떨어진 나리타공항에 떨어졌다.

시내까지 꾸역꾸역 전철을 타고 달려야 함.

숙소가 있는 우에노까지는 전철로 꼬박 한시간쯤 걸렸다.

 

그리고 그놈의 숙소를 찾느라 밤거리를 두시간쯤 헤매고 다녔다 ㅠㅠㅠㅠ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니까 사진이고 길거리 구경이고 뭐고 점점 멘붕..

트렁크 질질 끌고 한참 헤매다 겨우 숙소 발견해서 체크인하고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빵으로 저녁을 때우고 급취침.

 세 나라 땅을 밟으며 이동한 하루...

 

 

5일차!

피곤이 점차 누적되어가고 있는지, 아니면 전날 숙소찾느라 긴장하고 돌아다녔던 여파인지

조식타임이 지나가도록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일본의 고양이를 만나러 ㄱㄱ!

 

밝은 곳에서 본 일본의 거리는 대만과 분위기가 확 다르다.

대만 거리가 익숙한 낡음과 친근함을 풍긴다면

일본의 거리는 반짝반짝하고 세련되었달까.

공통점은 둘다 깨끗하다는거?...

 

근데 거리에 파칭코 가게가 증말 많더만요.

농담아니고 빌딩마다 엄청 긴 사이드간판들이 걸려있다 싶었는데

가타카나에 좀 익숙해지고 나니 그게 다 슬롯머신이라고 써있는 거였어...

 생각 외로 정말 많음. 아님 그동네가 유난히 많은거였나...

사실 들어가서 구슬 한번 땡겨보고 싶긴 했음<

 

 케이세이 우에노 역.

전날 나리타공항에서 전철타고 도착했던 곳이기도 함.

저 뒤쪽이 그 유명한 우에노 공원이지만 노숙자 크리로 들어가보진 못했습니다...

 

 

일본 여행을 고양이 여행으로 정하고 제일 먼저 챙겼던 것은

2010년에 출간된 고경원 님의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 라는 책과

2012년에 한국 정발된 와카츠키 메구미의 <야냐카 산책> 이라는 만화책.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는 일본의 각 지역마다 고양이를 따라 가는 여행서적이고

<야냐카 산책>은 어린 길고양이 '야냐카'가 어른 고양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린

귀여운 만화이다.

만화의 배경이자 고양이 '야냐카'의 이름 기원인 마을 '야나카'와 '네즈','센다기'를 뭉뚱그려

통칭 '야네센'이라고 부르고,

이 야네센은 길고양이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고양이 여행 책인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에도 당연히 실려 있는 곳!

그래서 이번 야네센 여행은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의 루트를 그대로 따라 보기로 했다.

 

 JR 니시닛포리 역에서 내려 서문으로 나가면 야네센으로 이어진다.

두근두근.

 

상점가를 지나가다 만난 귀여운 복고양이 형제.

복을 기원하며 쓰다듬기라도 하는지 치켜든 찹쌀떡이 새카맣다.

 

로고가 익숙해.

 

이곳에서 유난히 동물과 관련한 전시회나 기획전 포스터를 많이 보았다.

야네센이 유명해진 것은 길고양이가 많아서기도 하지만

고양이를 테마로 한 카페나 공방, 아트숍, 갤러리 등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소위 '고양이 문화벨트'를 이루었기 때문이라고 책에 언급되어 있었다.

하지만 한자만큼이나 일본어도 짧아서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구나 ㅠㅠㅠㅠ

 

 갤러리 네코마치 표지판.

이곳도 일정에 포함되어 있지만 잠시 뒤로 보류.

제일 먼저 찾아가야 할 곳이 있어서...

 

카페 겸 공방이라는 '넨네코야'를 맨 첫번째 방문지로 정한 이유는

영업시간이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6시까지로 매우 짧기 때문이었다.

그나마도 식사 주문이 가능한 시간대는 11시반부터 오후 1시 사이라고.

카페 겸 공방이지만 카페 영업은 금,토,일 3일 뿐이고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공방으로만 운영된다.

아직 아침식사 전이기도 했고, 이곳의 명물이라는 냥 카레와 고양이 혀 스튜를 먹어보고 싶었다.

넨네코야의 간판 고양이, 윙크하는 신이치를 만날 수 있을까 두근두근.

 

 

지도를 보고 대충 짐작하긴 했지만 역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몇번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 도착.

가팔라보이는 언덕길을 올라가다 보면

 

언덕길 중간에서 만날 수 있다.

이곳이 바로 <넨네코야>의 입구.

각종 고양이 모양 소품들이 장식되어 있다.

 

 

메뉴판.

실제 사용하는 메뉴판이다.

고양이 모양으로 깎은 나무판에 귀여운 그림과 메뉴 설명, 사진을 더했다.

사진의 음식은 '고양이 혀 스튜 세트'. 2,000엔.

 

내부는 작았지만 아늑했다. 사진을 찍을 수 없는게 아쉬웠지만 ㅠㅠ

주인이 안내하는 대로 다다미방에 들어서니 작은 코타츠 네 개가 테이블 대신 놓여져 있고

마을 주민인 듯한 여자 둘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쪽 코타츠에 앉으라며 손짓한 주인이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나에게 권한 코타츠의 담요 한쪽을 슬쩍 들어보였다.

노랑둥이 한마리가 세상 모르고 잠에 빠져 있는 것이 보였다.

고양이를 깨우지 않도록 조심조심 다리를 뻗어 가며 자리에 앉았다.

 

노랑둥이는 내내 잠만 잤고

덩치 큰 호랑무늬 고양이가 이따금 어슬렁거리며 나타났다가

잠깐 내 무릎에서 식빵을 구워주고는 쿨싴하게 나가버렸다.

냥 카레와 고양이 혀 스튜 중에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 스튜 세트를 주문했다.

뚝배기를 닮은 질그릇에 담긴 비프 스튜와

고양이 얼굴 모양으로 다듬어 담고 사과 슬라이스와 땅콩, 건포도로 고양이의 눈 코 입을 만들어 낸

흰쌀밥이 나왔다.

스튜를 고양이 얼굴에 끼얹어 흰 고양이를 얼룩고양이로 만들면서 먹었다.

고양이발바닥 모양의 쫀득한 찹쌀경단까지 디저트로 먹고

코타츠에 앉아 고양이들과 뒹굴다 아쉬워하며 넨네코야를 나왔다.

가게 내부엔 신이치를 모델로 한 사진이며 그림이 많이 있었지만 정작 신이치는 못 만났다.

 

 산책하듯 다음 장소로 걸어가며 만난 야네센의 길고양이 1 : 해바라기 중.

 

 

 

 

 

야네센의 길고양이 2 : 보자마자 부비적 발라당 난리도 아니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총총 사라짐.

 

 

 두번째 목적지인 갤러리 네코마치.

고양이를 테마로 한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기도 한다.

 

 

 입구로 올라가는 계단 위 아래를 지키고 있는 아이들.

이곳도 개점시간이 상당히 짧다.

갤러리이므로 역시 사진촬영이 금지 ㅠㅠ

작고 토실한 도자기 고양이 인형들에 홀려있다가 나왔다.

 

다음 목적지는 노안경(?) 쓴 고양이 료스케가 간판 고양이로 있는 카페 '란포'

 

 여길 찾느라 조금 헤맸는데, 찾고나서 보니 처음 넨네코야를 찾아가면서 지나쳤던 곳이었다.

간판이 작은데다 한자 아래 적힌 영어 'Rampo'를 미처 보지 못했던 듯.

문을 열고 들어가니 손님은 아무도 없고 주방에서 주인 할머님이 일어나 맞아주신다.

살짝 추운 날씨였지만 길을 헤매고 다니느라 더워져서 레모네이드를 주문.

 

잠시 뒤에 레모네이드를 내오신 주인 할머님이 대만 사람이냐고 묻길래(왜죠) 

"칸코쿠진 데스" 했더니 함박 웃음지으며 포장지에 든 빵을 먹어보라고 주신다.

레모네이드와 함께 빵을 조금씩 떼어먹으며

카페 벽에 붙어있는 료스케와 다른 고양이들의 사진을 구경하고

카페에 비치되어 있던 책들을 뒤적였다.

대부분이 고양이를 주제로 한 책이었다.

내가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다른 손님들이 하나 둘 들어왔지만 료스케는 보이지 않았다.

손님들이 주인 할머님께 료스케는 어디 있느냐고 물었고

할머님은 아직 겨울이라 추워서 그런지 아직 낮잠 중이라고 대답하셨다.

나도 료스케를 꼭 보고 싶어서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버텨봤는데 안내려와...

레모네이드에 이어 커피까지 추가주문해 마시며 기다렸는데...ㅠㅠ

찻값을 치르며 할머님께 책을 보고 료스케를 만나러 왔었는데 못 만나서 아쉽다고

서툰 일본어로 말씀드리고

가져갔던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에 실린 안경 쓴 료스케의 사진을 펼쳐 보여드렸다.

한국 책이냐고 물어보시며 매우 좋아하신다.

할머님께 인사드리고 거듭 아쉬워하며 카페 란포를 나왔다.

 

료스케 이놈자식 ㅠㅠ

내가 꼭 다시 와서 너 안경 쓴 모습 직접 찍고 만다 ㅠㅠㅠㅠ